폐비 윤씨
link  역사는 흐른다   2025-11-14


폐비윤씨는 1473년 4월 15일에 후궁에 간택되어 입궁했는데, 성종이 그녀를 몹시 총애했다. 그녀는 성종보다 두 살 연상이었으니, 입궁 당시 열아홉 살이었다. 이후 그녀는 곧 임신했다. 성종의 첫 번째 아이를 잉태한 터라 왕실은 들떴다. 그러나 이듬해 태어난 아이는 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는 일찍 죽고 말았다. 이후 그녀는 슬픔을 딛도 또다시 임신했다. 덕분에 그녀는 그해 7월31일에 왕비에 책봉되었다. 이후 그녀는 11월에 아들 융(연산군)을 낳음으로써 중전의 위상을 강화했다.

하지만 당시 스무살 청년이었던 이혈은 여러 후궁을 거느리고 중전 윤씨를 불안하게 했다.당시 윤씨는 부모가 모두 죽고 없는 상황이었고 집안도 탄탄하지 못했다. 그나마 외조가 세조의 최측근이었던 신숙주 집안이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 정도였다. 그때문에 오직 믿을 사람은 남편 이혈과 아들뿐이었다.

당시 성종은 숙의 윤씨(정현왕후, 중종의 모후)와 궁녀 하씨에게 눈이 팔려 있었다. 그리고 급기야 1478년에 그녀들은 모두 아이를 낳았다. 윤씨는 아들이 아닌 딸을 낳았고, 궁녀 하씨는 아들을 낳았다. 사실 궁녀 하씨는 중전의 라이벌은 아니었다. 중전 윤씨의 최대 라이벌은 역시 숙의 윤씨였다.

숙의 윤씨는 중전 윤씨보다 3개월 늦게 후궁이 되어 입궁했다. 그녀의 집안은 중전 윤씨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본관은 대왕대비 정의왕후와 같은 파평이었고, 성종의 생모 인수대비와도 가까운 사이였다.

한편 남편 이혈은 끊임없이 후궁의 수를 늘려나갔고, 중전 윤씨는 그들 후궁에 대한 경계를 더욱더 강화했다. 후궁 중에는 중전 윤씨를 시기하고 질투하여 숙의 윤씨 편을 드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인수대비의 입김 때문이었다. 그 대표적인 여인들이 엄씨, 권씨 등이었다.

그녀들은 모두 한미한 가문에서 태어난 궁녀 출신이었는데 몇 번에 걸쳐 중전 윤씨에게 불려가 혼이 난 적이 있었다. 시쳇말로 본처와 첩 간의 전쟁이 벌어진 셈인데 그 첩들이 연대하여 본처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기 어차피 그 본처라는 여인도 첩 출신이었으니, 그들이 그런 마음을 갖는 것도 어쩐면 당연했으리라.

그런 가운데 후궁 권씨가 성종에게 투서를 올렸다. 그 투서는 누군가가 후궁 권씨의 집 마당에 던진 것이었는데, 투서의 내용은 후궁 엄씨와 정씨가 왕비와 원자를 해치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 일로 궁중은 발칵 뒤집혔고, 결국 범인은 정씨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정소용은 임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벌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왕비의 방 안에서 비상과 방술서가 발견되었다. 이 물건을 발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성종이었다. 물론 누군가의 제보를 받고 중전의 방을 뒤진 끝에 찾아낸 것이었다.

이 일을 빌미로 성종은 중전 윤씨를 폐출할 결심을 한다. 중궁의 실덕이 한가지가 아니니 만약 일찍 도모하지 않았다가 뒷날 큰일이 벌어져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이런 폐비 결정에 대해 삼정승 중에 윤필상과 정찬손은 찬성했고, 한명회는 반대했다.하지만 한명회역시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승지 김계창은 강하게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시던 귀빈이 비록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사제로 돌려보내지 아니하는데, 하물며 왕비이겠습니까? 원컨대 그대로 두고 여러번 생각하소서” 하지만 경종은 두 번째로 아내를 내쫓고 말았다.

그런데 성종은 윤씨를 폐출하긴 하나, 원자의 생모인 탓에 죽이려는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쫓겨난 뒤에도 반성하는 빛이 전혀 없다며 결국 죽이게 되는데, 그와 관련하여 기묘록(김육이 편찬한 기묘사화에 관한 책)에 이런 기록이 남아있다.

윤씨는 폐위되자 밤낮으로 울어 끝내는 피눈물을 흘렸는데, 궁중에서는 훼방과 중상함이 날로 더하였다. 임금이 내시를 보내어 염탐하게 했더니 인수대비가 그 내시를 시켜 이렇게 말하게 했다.

“윤씨가 머리 빗고 낯 씻어 예쁘게 단장하고서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뜻이 없다” 고 해 임금은 드디어 그 참소를 믿고 벌을 더 주었던 것이다.

기묘록에는 이렇듯 윤씨의 폐출과 죽음의 배경엔 시어머니인 인수대비 한씨의 역할이 컸다고 보고 있다. 이는 한씨가 그녀를 내쫓고 정현왕후을 중전으로 사미 위해 여러 음로를 꾸몄음을 시사한다. 결국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전쟁에서 시어머니가 승리를 거둔 셈이다.










조선왕비 사사건건
박영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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